영성향기

성 김대건신부님의 옥중서간

코람데오 요세비 2009. 9. 4. 16:04

성 김대건신부님의 옥중서간

(1846년 8월 29일 신자들에게 마지막 인사 편지)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천주이 무시지시로부터 천지 만물을 배설하시고,

그 중에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위자와 그 뜻을 생각할지어다.

온갖 세상 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다.

이같은 험하고 가련한 이 세상에 한 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난 보람이 없고, 있어 쓸 데 없고,

비록 주은으로 세상에 나고 주은으로 영세입교하여 주의 제자되니,

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이 없으면 이름이 무엇에 쓰며

세상에 나 입교한 효험이 없을 뿐 아니라,도리어 배주배은하니,

주의 은혜만 입고 주께 득죄하면 아니 남만 어찌 같으리오.

밭을 심는 농부를 보건대,

때를 맞추어 밭을 갈고 거름을 넣고

더위에 신고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아름다운 씨를 가꾸어,

밭 거둘 때에 이르러 곡식이 잘 되고 영글면,

마음에 땀낸 수고를 잊고 오히려 즐기며 춤추며 흠복할 것이요,

곡식이 영글지 아니하고 밭 거둘 때 빈 대와 껍질만 있으면,

주인이 땀낸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려

그 밭에 거름 내고 들인 공부로써 그 밭을 박대하느니,

이같이 주이 땅을 밭으로 삼으시고 우리 사람으로 벼를 삼아,

은총으로 거름을 삼으시고 강생 구속하여 피로 우리를 물 주사,

자라고 영글도록 하여 계시니 심판날 거두기에 이르러,

은혜를 받아 여문 자이면 주의 의자로 천국을 누릴 것이요,

만일 영글지 못하였으면 주의 의자로써 원수이 되어

영원히 마땅한 벌을 받으리라.

우리 사랑하는 제형들아, 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이 세상에 나서,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가운데로 조차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나 계신지라.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우나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

예수 승천 후 종도 때부터 지금까지 이르고

또 오늘날 군난이 치성하려 여러 교우와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너희들까지 환난 중을 당하니,

우리 한 몸이 되어 애통지심이 없으며,

육정에 차마 이별키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성교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이 돌아 보신다 하고 모르심이 없이 돌보신다 하셨으니,

어찌 이렇듯한 군난이 주명 (主命) 아니면 주상(主賞) 주벌(主罰) 아니랴.

주의 성의를 따라 오며,

온갖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 받은 세속 마귀를 칠지어다.

이런 황황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해서 마치 용맹한 군사이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 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환난을 앗기까지 기다리라.

혹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위주광영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여기 있는 자이 이십인은 아직 주 은총으로 잘 지내니

설혹 죽은후라도 너희가 그 사람의 가족들을 부디 잊지들 말라.

할 말이 무궁한들 어찌 지필(紙筆)로 다하리. 그친다.

우리는 미구에 전장(戰場)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마음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너희 이런 난시를 당하여 부디 마음을 허실히 먹지 말고

주야로 주우를 빌어, 삼구(三仇)를 대적하고,군난을 참아받아,

위주광영하고 여등의 영혼 대사를 경영하라.

이런 군난 때는 주의 시험을 받아,

세속과 마귀를 쳐 덕공을 크게 세울 때니,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사주구령사 (事主球靈事)에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나간 성인 성녀의 자취를 만고(萬古) 수치하여

성교회의 영광을 더하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자이 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희 몸은 비록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이 여기며,

주의 긍련하실 때를 기다리라.

할 말은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여 못한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입으로 너희 입에 대어 사랑을 친구(親口)하노라.

부감목 김 안드레아

[추신]

세상 온갖 일이 막비주명(莫非主命)이요,

막비주상주벌(莫非主賞主罰)이라,고로 이런 군난도

역 천주의 허락하신 바이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위주하고,

오직 주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으로 주시기를 기다려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이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께

내게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 주실 것이니,

부디 서러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김신부 사정 정표

(이 글은 절두산 순교자 기념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어체 한글 사본

'김대건 신부 마지막 회유'를 현대의 철자법으로 충실히 옮긴 것이다.)

*미리네성지 한국 순교자 103인 시성 기념성당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오니 김대건 신부님 동상 아래에

신부님의 사랑과 눈물 어린 옥중서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순교하시기 전 차디찬 어두운 감옥에서

온 몸이 으스러지고 살점이 떨어진 상태에서 쓰신

'따듯한 사랑과 나눔의 영성’을 마음 깊이 묵상하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축일(7월2일)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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