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없는 마음
1) 機心(기심)과 無心(무심)
조선시대에 현종, 철종, 고종 세 임금 앞에서 창을 불렀다는 명창 이 날치(李 捺致)가 새타령을 부르면 새들이 몰려와 어깨와 손바닥에 앉는 것을 시인 임 규(林 圭)가 직접보고 글을 남겼다. 흥미 있는 것은 새가 날아오는 것을 사람에게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새타령을 부르면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들이 사람이 먹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분명하다는 명언을 이 명창은 남기고 있다.
새에 들여다보이는 계산된 마음이 機心(기심)이요, 그 반대가 無心(무심)이다. 무심코 새타령을 불렀을 때는 새들이 날아오지만 날아오게 해야겠다는 機心(기심)을 먹으면 날아오지 않는다.
명종 때 명상 박 순(朴 淳)의 아호(어릴적 이름)가 숙조지선생(宿鳥知先生)이다.
지리산에 들어가 산책할 때 그의 지팡이 소리만 듣고도 산새들이 모여와 손위에 앉곤 했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機心(기심)을 잊은 경지에 들었던 것 같다.
2) 기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옛날 중국 조나라에 말 다루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고 소문난 사람이 있었다. 말을 타고 달리기를 즐기던 왕은 그 소문을 듣자마자 그를 불러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결국 그는 조나라 왕에게 불려갔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왕자기라 하옵니다."
"그대의 말 다루는 솜씨가 가히 신의 경지라고 들었오. 뛰어난 기술을 나에게도 가르쳐줄 수 있겠오?"
"제가 가진 기술은 모두 전해드리겠습니다."
왕은 기뻐하며 그를 왕궁에 머물게 하고 매일 열심히 그의 기술을 배웠다. 몇 달이 지난 후 요령을 익힌 왕은 왕자기에게 물었다.
"어떤가, 내 기술이? 이만하면 나도 자네만큼 말을 다룰 수 있다고 보는가?"
"네, 아주 훌륭하십니다."
기분이 좋아진 왕은 왕자기에게 말 달리기 시합을 제의했고 왕자기는 이에 응했다. 그러나 아직 왕의 기술이 모자랐는지 왕은 연속해서 세 번을 모두 지고 말았다. 화가 난 황이 칼을 빼어들며 소리쳤다.
"네가 아직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묘한 기술이 있구나! 그러고도 모든 기술을 나에게 전수했다고 거짓말을 했느냐!"
그러자 왕자기가 조용히 대답했다.
"기술로만 말한다면 왕께서 저에게 전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말을 몰 때의 마음입니다. 말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왕께서는 말을 타고 달리면서 계속 저를 이기기 위해 조바심을 칩니다. 어떻게든 앞서려고만 하니 어찌 말과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까?"
<행복, 2000년 4월호, p.75>
3) 믿음
어느날 나그네 한 사람이 초행길의 깊은 산중에서 깜깜한 밤에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답니다.
그러다가 재수 없게 발을 잘못 딛어서 깊이가 얼마나 될지 어둠 속에서 알 수조차 없는 절벽에서 떨어지다가 나무 가지를 붙잡고 우선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매달려 있자니 손과 팔의 힘은 점점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게 되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생전 해보지도 않던 기도를 합니다.
"하느님이든지 산신령이든지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나를 이 위기에서 구해 주십시오."
그 기도가 어찌나 간절했던지 하느님께서 나타나시여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너를 구해주기 전에 네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느니라."
이 나그네가 그 소리를 듣고는 대답합니다.
"저를 구해주신다면 무슨 일이라도 제가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나그네는 자기의지를 하느님께 양보할 뜻이 있음을 고백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너는 나를 믿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나그네는 "그까짓 믿는 것쯤이야 밑천도 안 들어가는 일인데 못 믿을께 뭐람." 하고 생각하고는 "예 믿고 말고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하느님은 거듭거듭 세 번이나 같은 질문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그네는 더욱더 큰 소리로 믿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은 그에게 다시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내가 너를 구해주겠다." 하시고는 "네가 잡고있는 가지를 놓아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절벽 끝 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나그네는 기도 안차는 것이었습니다.
붙잡고있는 나무 가지를 놓으면 천길 만길이나 될지도 알 수 없는 절벽밑으로 떨어져 죽을텐데 이것을 놓으라니... 그는 그렇게 할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자유의지를 양보하여 하느님을 믿고 자신을 맡기겠다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악착같이 버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하느님을 원망하면서....
날이 밝았습니다. 한 길손이 그 근방을 지나가다가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나그네는 체 3미터도 안 되는 높이의 절벽 아래에 떨어져 죽어 있었답니다.
자기 힘에만 의지하고 발버둥치다가 그만 기진 하여 떨어져 죽고 말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