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향기

베네딕토 교황

코람데오 요세비 2007. 2. 17. 15:07

교황은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부여한 교회 통치권을 계승하는 수위권(首位權)을 지닌다. 또한 직무 수행과 사목을 위해 독립된 영토의 주권을 가지는 속권(俗權)도 주어진다. 교황은 무류성(無謬性)도 누린다. 이 특권은 교황은 죄가 없다든가 죄지을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신앙과 도덕문제의 판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새 교황에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선출됐다. 즉위명을 ‘베네딕토 16세’로 내건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의 우두머리인 베드로의 후계자로 수위권을 행사하게 된다. 아울러 ‘바티칸 시국(市國)의 원수’로서 정치적 지위를 지닌다. 그런데 교황도 인간인 이상 완벽할 수는 없다. 독일 출신인 그는 10세 때 나치의 청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했고, 2차대전 당시에는 방공포 부대에 근무했다. 이런 전력이 이번 콘클라베에서도 제기된 것이다.

▶나치 치하에서 그 누구도 히틀러의 광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전임 교황 카롤 보이티와는 나치 점령지 크라쿠프에서 공장 노동을 하고 있었다. 신의 섭리일까. 500년 만에 비(非)이탈리아계 교황이 된 요한 바오로 2세는 라칭거 추기경을 교황청 신앙교리성성(聖省)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라칭거 또한 20여년 동안 교황을 보좌하며 독일 출신으론 여덟 번째 신의 후계자가 됐다.

▶새 교황은 정통 가톨릭 교리를 수호하는 보수적인 학자로 낙태나 동성애를 반대하고 록 음악도 배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형제간 우애를 보면 전형적인 독일인 기질이 보인다. 세살 위의 형 게오르그와 교황은 1951년 뮌헨에서 함께 사제 서품을 받았다. 형은 교회음악가로, 동생은 신학교수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매일 전화할 만큼 형제애가 깊었다고 한다. 이번에 동생이 교황이 되자 형은 연락 끊길 것부터 걱정했다고 한다.

▶올해 78세인 베네딕토 16세는 ‘과도 교황’이란 말도 나오나 오히려 ‘실무 교황’으로 난제들을 해결해 갈 것이란 기대가 크다. 라틴어로 ‘축복’을 뜻하는 베네딕토란 이름을 택한 것도 사람들과 가까이 하기 쉽고 인정있는 교황이자 평화 중재자란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선 분쟁이 일고 있고 문화권 간의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새 교황이 세계 평화를 위한 중재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에도 신의 축복을 내려주기 바란다.

조선일보에서...

'영성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마음 한 가운데로 들어오너라  (0) 2007.02.17
펠리컨의 사랑  (0) 2007.02.17
베네딕토 16세  (0) 2007.02.17
오 마더 데레사  (0) 2007.02.17
기도하는 이의 자세  (0) 2007.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