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코람데오 요세비 2024. 11. 10. 22:51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렐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 산문집 <기쁨이 열리는 창> 중에서 (이해인)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시' 윤동주  (1) 2024.11.10
4월의 시  (0) 2024.11.10
들길을 걸으며 (詩) 나 태주  (0) 2024.11.10
들꽃의 기도 (허영란 수녀)  (0) 2024.11.10
작은 노래 .....이해인  (0)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