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의 기도 (허영란 수녀)
나는 꽃다지
이른 봄이 온 들판에 피운
수 많은 꽃 가운데 하나예요.
나는 곷다지라는 내 이름이
맘에 들어요.
꽃다지라고 이름을 지어준
그 누군가에게 정말 감사해요.
지난 겨울 먼 산등성이에서
눈이 녹아내린 물이 나를 적시는 바람에
그만 놀라 기지개를 켜고
부지런히 꽃을 피웠어요.
산길에서 논두렁에서
들판에서 부는 바람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면
사람들이 봄이 왔다고 기뻐했어요.
나는 작고, 소박하게 차려입어서 좋아요.
들판에 누워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볼 수 있는
이 꽃이 맘에 들고요
짖밟히고 쑥 봅히기 쉬운
나의 연약함도 슬프지 않아요.
나를 지우신 하느님의 크심이
나의 반석이니까요.
그저 흔들리거나 가만히 있을 뿐인
나의 작은 찬미를
그분은 늘 기쁘게 받아주세요.
아!
냉이꽃이 지금
내 옆에서 하얗게 피고 있네요.
내 친구들인 냉이꽃
제비꽃
바람, 햇살과 함께
기도드릴거예요.
우리를 있게 해주셔서
참 감사하다고요.
그리고 내년 봄에도
새롭게 피어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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