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향기

오소서 성령님

코람데오 요세비 2007. 2. 17. 17:36
오소서 성령님!

▲ 서웅범 신부
이번주 명설교 명법문은 지난 4일 천주교 제주교구 동광성당에서 서웅범 주임신부가 한 ‘오소서! 성령님’입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성령께서 우리 안에 활동하시는 것을 묵상하는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성령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를 영생으로 이끌어주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 등 인간이 추구하는 절대가치의 원천이십니다.

성령께서는 일치와 용서의 하느님이십니다. 사도들은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여러 외국어로 하느님을 전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에는 정치·경제적 이유로 시작됐던 수백 년 타국생활을 끝내고 귀향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모국어에 서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도 사도들이 자기들이 쓰던 언어로 말을 하기에 모든 것을 시원스레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통’한 것입니다. 막혔던 것이 뚫려 통함으로써 오해, 분열, 싸움이 사라지고 대신 화해, 일치, 사랑이 충만케 되는 것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불어오시는 성령께서는 마음속의 미움을 사랑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불안을 평화로, 메마름을 풍요로, 죽음을 생명으로 바꿔주십니다.

딸을 미워하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무던히도 속을 썩인 아이, 시집을 가서도 효도는커녕 친정에서 챙겨갈 것만 생각하는 철없는 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도 중 무언가가 머리와 가슴을 채우는 느낌이 들었고, 그 후 어머니는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게 됩니다. 아이가 측은하게만 보이고, 자신이 못난 어미였다는 후회가 맘에 사무치고, 아이에게 뭐든지 다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를 ‘가든지 말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했던 그가 이제는 문밖까지 따라 나가 차가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토록 다짐을 해도 안 되던 딸에 대한 용서와 사랑이 저절로 돼버린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삶을 변화시키시는 분, 이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서웅범 신부·제주 동광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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