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향기

그분께서는 당신 결정에 따라 인간에게 되 갚으신다.

코람데오 요세비 2024. 11. 16. 23:04

그분께서는 당신 결정에 따라 인간에게 되 갚으신다.' 집회 33,13) 
우리는 진흙이고 하느님은 만드는 분이시다. 
그분의 하심에 따라 우리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주장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의 손에 오롯이 맡겨드리는 것이다. 이것이 수동성이다. 
그러므로 세례자 요한의 표현처럼 내 인생에서 하느님은 더 커져야 하고 나는 더 작아져야 한다. 
하느님께서 내 삶을 온전히 채우고 이끌어가시도록 나를 비워야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자기 삶은 자기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크 필립 신부는 자신이 주인공이어야만 하는 모습은 신앙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매우 예리하게 지적했다.

'우리는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자기 생각, 판단, 행동 방식을 통해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면 하느님이 은총을 베푸셨다고 생각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처럼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본당에는 다양한 신자들이 있다. 그런데 대체로 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순종적이지 않다. 
사사건건 이유를 대며 따지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옳다는 생각에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 결과는 언제나 갈등이고 분열이다. 자신의 시각으로만 교회의 가르침을 해석하고, 이런저런 논쟁으로 자신의 아집과 불순종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교회 안에 불순종이 만연하는 것이 안타깝다. 언젠가 동료들끼리 '장상의 부당한 명령에도 순종해야 하는가?'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많은 신부가 순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순종을 통해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장상의 명령을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겸손을 갖추어야 할 사람이다. 그래서 진정한 신앙인은 부당한 명령일지라도 순종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자신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것과 교회가 하느님의 뜻이라고 선포하는 것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언제나 교회의 가르침에 순종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기 생각에 따라 살지만, 신앙인들은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이 외견상으로 당신 자신을 감추시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불안해하거나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을 원망하기보다는 우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심을감사드리며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세상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을 얻게 된다.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사람은 순종하며 산다. 하느님에게 내맡기는 자세를 능동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순종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순종했던위대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아담의 범죄로 불순종이 일상적인 것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하느님께 순종하며 살았던 이들은 축복을 누렸음을 알려주고, 반면에 하느님을 거역하며불순종의 역사를 이어가는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를 알려준다.

끊임없이 외부의 침략을 당하고, 포로로 끌려가고, 약탈당하는 절망적 상황을 겪어야 했던 이유가 불순종이었다. 성경은 순종의 역사와 불순종의 역사를 동시에 알려줌으로써 후대 사람들에게 교훈을 제시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불순종의 역사는 계속된다. 신앙인들조차도 순종하려 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느님을 순종하지 않는 삶은 성숙에 이르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가 온전히 자신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늘 다가오는 불안과 조바심에 매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신앙생활은 자기 뜻에 비추어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자신이 바라는 바에 집착하면서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을 찾는 그런 신앙생활이다. 신앙생활에서 이렇듯 자신의 이념이나 생각, 행동 방식에 집착하는 것은 영적 진보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신앙생활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내 인생은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시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말을 오해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너무 무능하고 무력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한다. 그러나 신앙생활에서 우리의 무능과 무력함을 깨달을수록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지혜에, 우리의 덕행에, 우리의 성실성에 아무 기대도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려 하기보다는 하느님에게 기꺼이 내맡기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77) 자크 필립 지음, 조안나 옮김, <성령 안에 머물러라》, 바오로딸, 2012,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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