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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헌주일 성모님의 전구

코람데오 요세비 2014. 11. 28. 15:44

오늘 교회가 지내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은 성모님께서 아주 어린 시절에 아버지 요아킴과 어머니 안나에 의해 주님께 봉헌되었다는 전승에서 유래합니다. 티 한 점 없이 순수한 존재로서 주님께 봉헌되신 성모님은, 고단한 세상살이에 방황하거나 버거워하는 이들에게 늘 위로이자 희망이 되셨습니다. 

순결하게 봉헌되신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죄인들이 구원을 얻게 되리라는 신앙인들의 확신은 예술에도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전구하시는 성모님의 모습은 예술 속에서 가장 순수하고 희생적인 여인(마가렛트 그렌헨)의 기도로 나타나곤 하는데, 유명한 예로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와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들 수 있습니다. 『파우스트』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의 영혼이 결국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그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가 성모님께 매달리며 올리는 기도를 통해 천국으로 올라갑니다. 


19세기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의 ‘탄호이저’는, 중세 때의 기사이자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음유 시인인 탄호이저가 마녀의 유혹에 빠져 관능적 쾌락과 거룩한 삶 사이에서 갈등하였으나, 애인 엘리자베트의 순수한 사랑과 그녀의 죽음에 의하여 영혼의 구원을 얻는다는 내용입니다. 탄호이저가 신성 모독과 관능적 향락을 찬양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저주받고 추방되었을 때, 애인 엘리자베트는 그를 위한 동정 성모님의 도움을 바라는 간절한 기도를 끊임없이 바쳤습니다. 

그러한 그녀가 그만 병들어 죽었습니다. 탄호이저는 그녀의 관을 바라보며 “거룩한 엘리자베트, 나를 위해 기도해 주기를” 하고 절규하며 숨을 거둡니다. 이제 동이 트며 그의 구원을 알리는 순례자들의 합창이 들려옵니다. 그녀의 진실한 기도가 그를 구원으로 이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