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원 태오필로 신부님 (퍼옴)
누가 나를 이끌어 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사도 8,31)라고 고백하며 자기 곁에 앉기를 청했던 에티오피아 내시처럼 우리들의 순례 여정에는 목자가 필요합니다.
영적 지도 신부 없는 성지 순례는 빵점이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목자와 양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닙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성사의 교회’입니다. 주님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통하여 당신의 사랑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는 사랑의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교리적으로 이야기 하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눈에 보이는 예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성사입니다.
특별히 성사를 언급하는 것은 성지순례를 하면서 순례자들이‘매일미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모습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례주년을 태어나게 했던 성지의 바로 그 장소에서 전례주년에 따른 매일 미사를 한다는 것은 전례주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교회는 신자들이 신앙의 신비를 더욱 더 잘 깨달을 수 있도록 절기의 순환에 따라 주님의 축제들을 더욱더 장엄하게 드러내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주님이신 예수님의 전 생애를 3년 주기인 전례주년으로 지정하여 거행하고 있는 것이 매일미사입니다.
순례자들이 성지 이스라엘에서 드리는 미사는 ‘매일미사’가 아닙니다. 성지 이스라엘은 주님의 전 생애를 기념하는 장소입니다.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졌던 바로 그 장소에서,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을 선포하셨던 바로 그 장소에서 사제의 입을 통하여 ‘예수님의 그 말씀’을 직접 듣게 되는 것이 바로 성지에서 봉헌하는 미사의 의미입니다. 순례자들은 사제를 통해서 2000여 년 전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들려주었던 바로 그 복음의 말씀을 ‘지금 그 자리에서’직접 듣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선포하셨던 그 말씀을 이제 사제를 통하여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선포될 때 신자들은 사제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지 이스라엘만이 가질 수 있는 전례의 특수성입니다.
성지 이스라엘에서 유별나게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 장소’라는 공간이 갖는 탁월성입니다. 그 탁월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전례이며 그 구원의 기쁨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 각 장소에 대한 장엄 전례인 대축일 미사가 됩니다.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차례대로 묵상할 수 없을지라도 주어진 시공간 안에서 예수님의 전 생애 즉 예수님의 탄생과 공생활과 수난과 부활을 아우르는 신앙의 신비를 묵상하고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지 순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저곳 많은 곳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장소인‘바로 그곳’에서 드리는 기도와 묵상이며, 이것이 가장 잘 표현 되는 것이 모든 신심행위를 포함한 전례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구름같이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는 무엇을 보러 나갔더냐?, 광야냐?, 갈대냐?, 고운 옷을 입은 사람이냐?”세례자 요한은 이 모든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너희들이 보려고 했던 것, 찾고자 하는 것은 예언자(루카 7,24-26)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지 순례를 통해서 찾고자 하는 것, 보려고 하는 것은 다른 외적인 것들이 아니라 ‘말씀이신 하느님’입니다.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졌던 ‘바로 그곳’에서 예언자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말씀’뿐입니다. 그 말씀은 성사인 전례 안에서 사제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으며 그때 우리는 그 말씀들을 우리들의 가슴에 새길 수 있게 됩니다.
요즘 각 교구에서 부제들이나 서품을 받은 새 사제들이 성지순례를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 이 새 사제들이 나중에 본당에 가게 되면 신자들과 성지순례를 하면서 보다 나은 앎의 조건에서 순례자들을 인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제들 중에 성지순례를 하지 못하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주님의 땅을 아직도 밟아 보지 못한 사제들을 모시고 함께 순례의 여정을 걷는 것은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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